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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강남/매일 두번 직접 뽑는 가래떡 떡볶이 가성비 맛집, 덕자네 방앗간

by 미밀리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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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내가 일이 빨리 끝나게 되었던 날. 나는 남편의 일터가 있는 강남을 찾았다. 남편과 함께, 평일 저녁에 하는 데이트는 아직 많이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연애만 9년, 결혼한 지 2년 6개월이 된 장수커플이다. 하지만 연애할 때, 항상 토요일 낮에만 만나왔기 때문에 장수커플이지만 아직 못해본 것들이 많다. 이날도 평일 저녁 퇴근 후의 데이트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서로 어떤 것으로 저녁식사를 할까 하면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최종으로 고르게 된 것이 '떡볶이'였다. 그중에서도 남편이 항상 궁금했었다는 떡볶이 가게가 있었는데, '덕자네 방앗간'이라는 떡볶이 가게였다. 강남의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기로 가끔씩 이름이 거론된다고 한다. 이곳은 강남역보다는 신논현역에 가까이 위치해 있다. 신논현역 7번 출구가 가장 가깝다. 하지만 아주 작은 가게이기 때문에 찾기가 힘들 수 있으니, 당신의 관찰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다.
'덕자네 방앗간'이라는 이 떡볶이 가게는 하루에 두 번씩 직접 가래떡을 뽑아 떡볶이를 만든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추리에 들어갔다. 이 가게는 원래 떡집이었고, 가래떡을 쫄깃하게 잘 뽑는 것이 장점이었다. 생각보다는 떡을 찾는 사람이 적어서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서 직접 뽑은 가래떡을 이용하여 떡볶이를 만들었고, 생각보다 인기가 좋아서 떡볶이 가게로 업종을 바꾸지 않았나. 하는 의견으로 좁혀졌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망원동에 위치한 '소금집 델리'라는 곳에서는 원래 수제 햄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자신들의 햄을 홍보하기 위하여 잠봉 뵈르를 만들어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수제햄보다도 잠봉 뵈르 맛집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다른 곳의 사례에 따른 우리의 추리일 뿐, 절대 사실을 말하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알린다.

강남 덕자네방앗간 떡볶이, 비빔세트

비빔 세트

덕자네 방앗간에서는 단품 메뉴로 떡볶이와 튀김, 어묵, 야채 비빔만두, 다양한 김밥들과 라면, 식사류들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세트메뉴도 있었다. 세트메뉴는 4가지가 있었는데, 우리는 두 번째 세트인 '비빔 세트'를 주문하기로 했다. 비빔 세트에는 떡볶이, 야채 비빔만두, 김밥, 튀김, 스프라이트가 제공되며 가격은 18,000원이다. 확실히 세트메뉴로 주문하는 것이 가성비가 훨씬 더 좋다. 우리가 굳이 비빔 세트로 시킨 이유는, '비빔만두'를 먹고 싶어서였다. 세트들의 차이점은 떡볶이와 튀김, 김밥, 스프라이트 외에 추가되는 메뉴들인데, 각자의 선호에 따라 주문하면 되겠다.
우리에게는 이 정도의 양이 적당히 잘 먹은 듯한 양이었지만, 많이 배가 고프다면 추가 주문을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옆 테이블에서는 참치김밥이나 라면 등을 추가 주문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혼자서 저녁을 먹으러 왔는데, 어묵과 김밥을 주문한 사람도 있었고, 라면과 김밥을 주문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테이블 위에 떡볶이를 올려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는데, 그중의 한 그룹이 바로 우리였다.
'떡볶이'는 사진의 가장 왼쪽 하단에 위치한 것으로, 빨간 떡볶이와 하얀 감자 샐러드의 명도와 채도의 차이가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수많은 떡볶이를 먹어보았지만, 감자 샐러드를 올려주는 가게는 덕자네 방앗간이 처음이었다. 약간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나는 곧이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달고, 매콤했던 떡볶이 소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에게는 감자 샐러드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쁠 수밖에 없었다. 단맛과 매운맛이 아주 자극적인 느낌이었다. 그래도 먹다 보니 매운맛에 입이 적응을 했는지, 평온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 가래떡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라면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젓가락이 아닌, 숟가락을 이용하는 것. 숟가락으로 가래떡을 한입 크기로 자른 뒤, 떡볶이 소스와 함께 한입에 먹는 것이다. 떡볶이는 떡만을 먹기 위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소스의 맛이 아주 중요하다. 마치 우리가 흰쌀밥에 어떤 반찬을 함께 먹어야 맛있을까? 식사용 빵(식빵, 호밀빵, 치아바타 등.)에 어떤 잼이나 크림을 발라먹어야 맛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래떡에 어떤 맛을 어떻게 입힐 것인지는 주방장의 능력이다. 한마디로 떡볶이는 달고 매콤해야 맛있다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2번씩 직접 가래떡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저 가래떡은 묵은쌀을 소비하기 위해서 일 년에 한 번쯤은 방앗간에 가서 직접 뽑아오던 떡이다. 흰쌀로 만든 기다란 원통형의 떡으로, 심심한 맛 사이로 씹을수록 고소하고 쫄깃하다. 쌀이 가진 향을 음미하며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래떡의 매력에 빠져버리기 십상이다. 사실 이 가래떡은 뽑아내자마자 뜨끈한 상태에서 손으로 잡고 바로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있고, 가래떡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꿀이나 조청에 찍어먹거나, 프라이팬에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두른 뒤 바삭하게 구워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뜨끈하고 쫄깃한 상태로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갑자기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가 선보여지며, 사람들이 색다름을 느끼고 자주 찾게 되었다. 이곳 또한 그런 곳 중의 하나인 듯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직접 가래떡을 뽑아 바로 만드니, 그 떡의 맛이 얼마나 좋겠는가? 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의 남편 또한 이 떡볶이의 떡이 너무도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 올렸다. 남편은 평소에 밀로 만든 떡볶이 떡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곳의 가래떡 떡볶이를 먹어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쌀떡볶이가 이렇게나 맛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며, 이제부터는 밀로 만든 떡만을 선호하지 않겠다고 한다. 내가 먹어봐도 떡이 정말 쫄깃했다. 게다가 갓 뽑아 신선하기 때문일까? 떡이 겹겹이 풀어지거나, 소스에 전분기가 나오는 일도 없었으며, 떡의 견고하고도 고운 입자가 다른 떡볶이 가게들보다 월등히 탱글함과 깔끔한 질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은 떡 맛집이다.
우리가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다던 두 번째 음식인 '비빔만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겠다. 떡볶이의 위에 위치한 음식으로 아주 다채로운 야채들이 인상적이다. 노란색의 반원 모양이 바로 납작 만두인데, 사실 속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예전에 부산의 길거리에서 비빔만두를 먹어보고 정말 반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만두피 안에 아주 얇게 만두 소가 들어있었고, 그것에 야채를 싸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속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비빔만두는 사실 만두보다는 야채와 소스의 맛으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은 뒤로하고 맛있게 먹어보기로 했다. 먼저 보이는 야채들에 비빔만두용 소스를 입맛에 맞춰 뿌리고 야채들을 잘 섞어준다. 골고루 잘 섞었다면, 저 얇은 만두피를 한 장 떼어낸 뒤, 잘 비벼진 야채들을 얹고 오므려준다. 이때 당신의 젓가락 스킬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 잘 오므린 야채 비빔만두를 한입에 넣어주고 맛있게 먹어주면 끝이다. 역시 이 비빔만두는 야채와 소스의 맛으로 먹는 게 맞았다. 처음의 아쉬운 마음은 잊어버리고 맛있게 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김밥은 기본 김밥이 제공되었다. 김밥용 김에 흰쌀밥을 깔고, 계란과 단무지, 햄, 당근과 시금치, 우엉을 넣고 말은, 기본적인 김밥이다. 김밥은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 꼭 퐁듀 치즈에 감자나 빵들을 찍어먹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참치김밥을 추가로 주문하던데, 우리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아마 참치김밥을 추가 주문하지 않았을까 싶다.
튀김으로는 김말이 3개와 군만두 2개가 접시에 담겨 나왔다. 그냥저냥 한 맛이었다. 시판에서 파는 냉동식품을 튀겨낸 것이었다. 그래도 바로 튀겨낸 것이라 바삭하고 따끈했다. 이 두 가지의 튀김 또한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기 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질이 살짝 떨어져도 아주 큰 상관은 없다. 왜냐하면 이곳은 정말 가성비가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시 가게 된다면 나는 떡볶이와 비빔만두는 필수로 주문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참치김밥이나 치즈김밥, 계란말이 김밥을 주문해 볼 것이다. 사실 계란말이 김밥을 누군가가 주문하려 했지만, 매진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진이라고 하니, 더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다음에 덕자네 방앗간에 또 들르게 된다면 마지막에 언급한 것들을 주문해서 먹어보겠다. 그때 다시 글을 쓸 테니 궁금하다면 기다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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